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멈춘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양극화 심화
수도권 아파트값이 30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서울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집값 하락 지역이 속속 나오는 등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이전과는 딴판이다. 지난 12월 12일 한국부동산원의 12월 둘째 주(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올라 3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주(0.04%)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0.01%로 줄며 전주 0.02%보다 상승 폭이 감소하며 매맷값과 비슷한 상승 폭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하면서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지난 12월 12일 밝힌 지난달 18~27일 주택사업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전국 주택사업 ‘경기 전망지수’는 75.7로 전달보다 13.3포인트 떨어졌다. ‘경기 전망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로 이해한다. 수도권은 서울, 경기, 인천이 모두 대폭 하락하며 전체적으로 20.1포인트 내린 78.4로 나타났다. 서울은 107.3에서 93.0으로 14.3포인트 내렸다. 서울의 ‘경기 전망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지난 5월 93.1 이후 7개월 만이다. 경기는 94.5에서 77.5로 17.0포인트 하락했고 인천도 93.7에서 64.7로 전달보다 29.0포인트 무너지며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서울도 이번 주 0.02% 상승하면서 전주 0.04%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단지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고 있으나 대출 규제 여파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고가(高價)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서초구와 광진구가 0.07%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초구와 광진구는 전주(각 0.04%·0.06%)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강남구는 전주 0.12%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강동구는 이번 주 0.02% 내려 2주 연속 하락했고, 동대문·은평·서대문·광진구(모두 -0.01%)가 이번 주 새로 하락 지역에 포함됐다. 오름세를 보이던 중랑구와 성북구는 보합세로 바뀌었다. 2~3주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모든 구에서 가격 오름세가 이어졌지만 그사이 서울 7개 구가 하락이나 보합으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단지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고 있으나, 대출 규제 여파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 문의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경기는 4주 연속 보합(상승률 0%), 인천(-0.05%)은 5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이번 주 보합을 기록, 30주 만에 상승을 멈췄다. 지방 아파트값은 0.05% 내려, 전주(-0.04%)보다 하락 폭을 키웠다. 이에 전국 아파트값(-0.03%)도 전주(-0.02%)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전국 아파트값은 4주 연속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똘똘한 한 채’ 열풍에 핵심지 집값이 크게 뛰면서 집값 양극화(兩極化)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3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5.5로 집계돼 2008년 12월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주택 5분위 배율’은 주택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으로, 고가(高價)주택과 저가(低價)주택 간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를 일컫는다. 5분위 배율이 5.5라는 대목은 상위 20% 아파트 1채 가격으로 하위 20% 아파트를 5.5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그만큼 가격 차가 그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 2022년 12월 4.5에서 올해 4월 5.0으로 확대된 뒤 지난 8·9월에는 두 달 연속 5.4를 기록했고, 지난달에 5.5배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인기 지역 고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한 것이다.
특히 올해 전국 아파트 시장의 키워드로 ‘초양극화’를 들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 외 지역의 회복 경로가 달랐고 서울 내에서도 핵심 지역을 제외한 곳의 상승은 더뎠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채 정부가 대출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내년 곳곳에서 이 같은 여파가 터져 나올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83% 올라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금리 인상 충격파에 하락 폭이 커졌던 2022년(-2.01%)과 지난해(-4.11%)에 비하면 미미한 반등으로 볼 수 있으나, 세부 지역이나 월 단위로 쪼개면 누적 상승률이 결단코 낮지만은 않다. 서울의 경우 1~10월 누적 2% 상승하며 전국에서 오름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1분기에는 약보합 수준에서 움직였지만,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은 강보합 이상 수준에서 움직였다. 지방은 여전히 약세를 벗어나지 못해 가격 편차가 더 벌어졌다. 1~10월(누적) 17개 시도의 지역별 매매가격은 서울(2.03%) 강원(0.62%) 인천(0.27%) 경기(0.20%) 전북(0.18%) 등 5개 지역에서 상승했다. 반면 충남(-1.88%) 부산(-1.32%) 광주(-0.94%) 대구(-0.82%) 등 11개 지역은 하락했고 전남은 보합(0.00%)을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조사 누적치 기준으로 올해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값 상승률은 성동(9.72%)·서초(8.39%)·송파(7.40%)·강남구(6.92%) 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도봉(0.45%)·강북(1.46%)·관악(1.43%)·노원구(1.54%) 등의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하는 건 우선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은 당분간 거래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하락 거래가 드문드문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산연 관계자는 “유례없이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급등하던 수도권 집값은 내림세로 돌아설 것이 유력해졌다”라며 “점차 어려워가는 내수 경기에 더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수출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며 시장에 부정적인 전망이 확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놓은 대출 규제 카드도 서울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대출 규제는 대출 민감도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영향을 보인다. 현금 부자나 대출 한도 걱정이 없는 사람은 타격이 그다지 크지 않은 데 반해, 집을 살 때 대출이 반드시 구매가 필요한 사람은 집을 구매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체감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데에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대외 변동성이 커져 대출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월 15일 부동산 등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장관은 회의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모든 직원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맡은 소임을 다해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분을 마음 깊이 되새기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부동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 예상된다. 앞으로 남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심리적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추진해오던 주택 공급 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 주택 공급 대책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등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탄핵 정국으로 정책이 연속성이 흔들리고, 주택 공급, 부동산 관련 법안 통과 등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하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실효적 대책을 강구하여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