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최악 항공 참사, 신속한 수습과 완벽한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어떤 경우에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항공기 대형 참사가 발생해 유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삼가 졸지에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사고 수습에 국가 역량을 총 집중하고 사고 원인을 신속하게 밝혀 완벽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지난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랜딩기어(Landing Gear │ 착륙장치)가 펴지지 않아 1차 착륙에 실패한 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 끝 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 끝 담벼락을 들이받고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이 실종자 수색·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 179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국내 항공기가 인명사고를 낸 경우는 10여 건에 달한다. 국내 항공기 사고 중 피해자가 가장 많은 사고는 1983년 9월 1일 옛 소련의 캄차카 근해 사할린 영공에서 대한항공 보잉747이 소련 격투기에 피격돼 탑승객 269명이 사망한 것이 꼽히고, 이어 1997년 8월 6일 대한항공 보잉747 여객기가 괌공항 착륙 중 야산에 추락해 225명이 사망한 이후 세 번째로 인명 피해가 큰 최악의 항공기 참사이자 최근 들어서는 2013년 7월 7일 아시아나항공 B777-200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충돌로, 2명이 사망하고 181명이 부상한 사고 이후 11년 만에 항공기 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못한 상태지만 사고 영상들을 살펴보면 활주로에 접근하던 사고 여객기는 착륙 전 오른쪽 엔진에서 폭발과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한 원인도 랜딩기어 미작동 때문인지, 엔진 이상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동체 착륙은 예외적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나 다름없다. 사고 원인으로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오작동, 기체 결함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브리핑에 따르면, 사고 직전 관제탑에선 사고 여객기에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 │ 조류 충돌)’를 경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분 뒤 기장이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요청했고 그로부터 4분 만에 충돌했다는 것이다.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조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어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동체 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활주로 끝 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구조물과 충격 후 동체가 부서지고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여객기 기종은 보잉 737-800(B738)이다.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사고를 목격한 주민과 생존 승무원의 증언, 승객이 남긴 메시지 등을 미뤄 볼 때 이번 사고는 새 떼와 충돌하며 랜딩기어가 망가진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공항 관제탑과 교신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관제탑과 조종사 대처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점검할 부분이다. 동체 착륙을 위해선 통상 관제탑과 사전 교신하면서 연료를 최대한 버리고 활주로에 화염을 냉각시킬 물질을 도포 하는데 이번 경우엔 그런 사전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고 항공기는 활주로 끝에 이르러서도 속도가 줄어들지 안았고 정지도 안 됐다. 이 공항 활주로는 2.8km로 보통 3.0km가 넘은 다른 공항보다 짧다. 이날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여유 공간이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4월 전임 사장이 사직한 이후 8개월째 공석이었다고 한다.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것이 이번 사고와 관련성은 없는지도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런 후진적인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만도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천벽력(靑天霹靂)의 참혹한 사고에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졸지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황망함과 항공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달래고 어루만지기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뒷 따라야 하고 완벽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런 재난 앞에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으고, 정부도 행정 공백이 없도록 총력을 경주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항공 안전 선진국인 대한민국 명성에도 누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를 만회하려면 정부는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의 전 운항 과정도 정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 무안군청에서 2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모든 관계 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신속하게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참으로 다행이다. 항공사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가동해 구호와 보상에도 결단코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