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 2.0%을 0.2% 포인트 밑도는 1%대 저성장이어서 여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해 반년 만에 전망치가 0.4% 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참으로 암울한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상황이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급격한 수출 둔화 등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만에 0.4% 포인트 낮춘 1.8%로 제시했다. 지난해 수출이 전년보다 8.2% 증가한 6837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성장을 홀로 이끌어 왔지만,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오는 1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의 관세 장벽 영향으로 지난해 8.2%에서 1.5%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iy)’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 첫날에만 40개 이상의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라는 등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침체도 계속되는 것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게 된 배경이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8% 전망치는 잠재성장률 2%를 밑돌 뿐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 정부 전망치보다는 0.5% 포인트나 하향했다. 한국은행 전망치 1.9%보다 0.1% 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의 전망치보다도 더 낮다. 통상 정부 전망치는 정책 의지가 반영돼 예측기관에 비해 높은데 이번에는 딴판이다. 이마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연이은 탄핵 정국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전망치로 정치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전제가 깔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반기에 쓸 재정을 상반기에 끌어당겨 쓰는 신속 집행 수준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대책만을 내놨을 뿐이다.
보편적 관세라고 하더라도 주어진 기간내 긴박하게 해법을 찾지 못하면 더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 낸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훨씬 더 큰 피해를 받게 된다. 그래서 “말이 보편적이지, 차별적이다”라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통상 콘트롤 타워’를 신속히 구축해야만 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만이 아닌 기업가들도 포함한 민·관·정으로 통상 원팀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고 이를 정례화해야만 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와 관련해서도 그간 정부가 준비해 온 협상 계획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보름여를 앞둔 현재 시점에서도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기업들과 함께 치밀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확산하는 가운데 절박해지는 교역 다각화를 위해서도 전 세계 시장을 발로 뛴 기업가들이 참여한 통상 원팀을 시급하게 구축해 중장기적 호흡으로 가동해야만 한다.
이렇듯 탄핵 정국에 경기 침체, 고환율 기조까지 겹치면서 내수 시장에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당장 내수 한파가 더 혹독해져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고 금융·외환 불안도 가중될 수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정치, 경제, 사회적 양극화와 간단(間斷)없는 사건·사고로 체제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공포감이 엄습한다. 이런 와중에 경기 하방(下方) 위험성이 커졌다는 진단과 함께 ‘갓 달러’에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8.6%에 이를 정도로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 증가세도 작년 8.2%에서 올해 1.5%로 1.5%포인트나 뚝 떨어진다고 한다.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에 갇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내수 살리기에 집중하는 건 맞는 방향이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편성한 예산을 상반기에 빠르게 써서 경기 추락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방어를 위해 지난 1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예산의 67%를 상반기에 쏟아붓기로 했다. 85조원 수준의 민생·경기 관련 사업은 1분기에 40% 이상 집행한다. 특히 공공재원을 끌어모아 경기보강 패키지를 지난해보다 18조원 늘려 시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한시 인하하고, 직원 임금을 인상한 기업의 세제 혜택을 강화한다. 또 제주항공 참사로 얼어붙은 국내 관광을 되살리기 위해 비수도권에 한정해 최대 3만원을 지원하는 숙박 쿠폰 100만장을 새로 발행하는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선다. 또 노인 일자리, 청년고용장려금 등 민생 지원도 늘린다지만 수년째 이어져 온 내수한파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야당이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줄어든 초유의 감액예산안까지 처리하는 바람에 재정 여력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상반기 중 예산의 67%를 풀어 신속 집행으로 군불을 때겠다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대외신인도’ 추락을 막는 게 화급한 과제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예산지원과 세제 혜택을 늘리고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한도 확대 등을 통해 달러공급을 늘린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과 국정 공백 등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한은의 전망치인 1.9%를 밑돌 위험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라고 지적했다. 1% 성장률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4년 이래 6차례에 불과했다. 이 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기대서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라며 “단기 부양정책과 함께 구조조정에 집중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재는 “정치적 위험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데,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날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점을 감안해 미국 신정부의 정책 전개 양상, 민생경제 상황 등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하고, 필요할 시 추가 경기 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만 지금 경제 상황이 몇 개월을 기다려도 될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 경기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 눈앞에 불을 보듯 뻔히 보이는데 그게 최종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은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감이다. 서둘러 연초 추경을 통해 선제적으로 경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가 선제 주도하고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가동하여 여기에서 추인받아 하루빨리 민생을 안정시키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올 상반기 계속될 침체가 하반기에 반전하려면, 여·야의 적극 협조가 중요하다. 국회와 정부가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합의한 만큼 양당 정책위원회와 국회의장 비서실, 정부 국무조정실 실무 협의를 통해 추경 편성부터 서둘러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반도체법 등 민생·경제법안처리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상생과 통합의 정치가 복원되지 않고는 경제도 민생도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탄핵정국의 불확실성을 잠재우지 못하고 정치 리스크가 기업의 투자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가속화된다면 새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내수 침체 심화 속에서 수출마저 꺾이면 한국경제는 급속히 위기 국면에 빠질 것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수출 호조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를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여야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 & D)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부터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는 대외 통상 외교를 강화해 미국발 관세 폭탄, 중국발 덤핑 공세를 막아낼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국에서도 6837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온 국민에게 위안을 준 수출의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미래 수출 산업을 계속 키워나가야만 한다. 작금의 시계(視界) 제로(0)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벼랑 끝에 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危機)상황의 한국경제는 한 발만 삐끗하면 1997년 외환위기에 비견될 만한 충격으로 빠져들 수 있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를 맞았다. 초고속 통신망, 정보기술(IT) 벤처에 대한 파격적 투자와 ‘빅딜’ 등 수익성 낮은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극한 불황을 이겨냈던 교훈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악성 규제를 모조리 걷어치우고, 조속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내수를 되살리는 특단 대책을 서둘러 강구하여 조속히 실행으로 옮겨 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고통 분담과 자구노력 없이는 ‘1%대 저성장’의 터널을 탈출하기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처럼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어려워만 보인다. 국내 시중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 건전성 기준인 ‘보통주자본(CET 1 │ Common Equity Tier 1)’ 비율 관리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등으로 원화값이 급락하면 은행이 보유한‘CET 1’ 비율에서 분모 기능의 원화 평가액이 늘어나 이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한 곳인 피치(Fitch)는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라고 절박감을 토로한 것은 이런 우려가 녹아 있음을 웅변한다. 흔들리는 경제와 민생을 구출하려면 정치권은 정치 불안 해소에 총력을 경주해 ‘불확실성’부터 없애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