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모바일웹 UPDATED. 2025-01-09 16:48 (목)
급증하는 자살 사망, 생명 존엄성 키울 정부 대책 시급
상태바
급증하는 자살 사망, 생명 존엄성 키울 정부 대책 시급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4.10.0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최근 10년 사이 최대로 늘어났다. 전체 사망자는 줄었는데 유독 자살은 질병·사고 등 모든 사망 원인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경기 침체로 서민의 삶이 고달파지고 상대적 박탈감이 컸던 것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요즘 사회적 분위기에 주목하며 근본적인 대책이 서둘러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원인을 촘촘하고 면밀하게 파악해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올해 자살자 수도 또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수는 35만2511명으로 2022년도 37만2939명보다 5.5%인 2만428명이 줄었다. 조(粗)사망률((인구 10만명당 명)은 689.2명으로, 전년 727.6명 대비 38.3명(-5.3%)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3978명으로 2022년도 1만2906명보다 8.3%인 1072명이나 오히려 늘었다. 자살 조(粗)사망률도 27.3명으로 전년 25.2명 대비 2.2명(8.5%) 증가했다. 안타깝게도 1일 평균 38.3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꼴이다. 2013년 1만4427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 10년 중에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나이별 사망 원인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자살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나는 길은 요원(遙遠)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 통계를 보면 OECD 평균이 10.7명인 데 반해 한국은 지난해 기준 24.8명으로 압도적 1위의 불명예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의 2.3배가 넘고 2위인 리투아니아의 17.1명과도 7.7명이나 차이가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앞으로 10년 내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추세 변화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자살 사망자는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늘어나 씁쓸하다 못해 불안스럽다.

한국은 ‘자살 공화국’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전이고, 새로운 뉴스도 아닐 만큼 이미 고착됐다. 지난해 4월 14일 정부는 10년 주기인 정신건강 검진을 2년 주기로 단축하고 정신건강검진에 우울증과 더불어 조현병(調絃病)·조울증(躁鬱症)으로 검사 질환을 확대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하는 등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자살률을 18.2명(2021년 대비 30%)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2018년 발표한 ‘제4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18~2022년)’에서도 자살률을 2022년 17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실패했던 것을 돌아보면, 겉핥기식 대책의 한계라는 것은 더욱 자명해 보인다.

지난해 60대(13.6%), 50대(12.1%), 10대(10.4%)의 자살률 증가가 가팔랐던 것을 보면, 장년층과 청소년의 위기가 여실히 보인다. 나이별 사망 원인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자살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자살률 1위’의 불명예가 장기화·고착화 되면서 사회적 경각심은 되레 무뎌진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가족 중 한 명이 극단 선택을 하면 남은 가족은 평생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자살률이 높다는 건 그 사회가 그만큼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함은 물론 국민 개개인도 주변을 돌아보고 소외된 곳에 마음을 써야만 한다.

저출생으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28명에 불과한데 자살이 1만3978명에 달하는 끔찍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지난해 60대(13.6%), 50대(12.1%), 10대(10.4%)의 자살률 증가가 가팔랐던 것을 보면, 장년층과 청소년의 위기가 커만 보인다. 경제적 지원의 부재, 승자독식과 지나친 경쟁, 사회적 차별과 고립은 지금도 누군가의 귀한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특히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노인의 자살률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화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3월 12일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윤재홍·김지환 박사)이 19세 이상 임금노동자 3621명의 근무 환경을 조사한 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 기계학습) 알고리즘(Algorithm)’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로조건이 바뀐 집단은 정규직을 유지한 이들보다 자살 생각을 할 확률이 2.07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겪는 비율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규모로 높았다. 또한 국내 성소수자 자살 실태 연구 결과, 일반 성인 인구 자살 3.9%에 비해 성소수자(LGB,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의 연간 자살사고 34.6%는 8.9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발표된 성소수자 인권 단체 ‘다움’의 조사에서도 성소수자 청년의 41.5%가 최근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8.2%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만 보더라도 원인은 도처(到處)에 널브러져 있다.

이를 웅변하듯이 2024년의 한국은 믿기조차 어렵게도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노인빈곤율과 청소년 자살률, 저출산율, 이혼율, 낙태율, 흡연율, 간암 사망률, 당뇨병 사망률 모두 1위로 치욕적이다. 더구나 학교 교육비 가계 부담률과 대학 학비 민간 부담률, 그리고 여성 흡연율, 청소년 흡연율 모두 1위인 그야말로 삭막한 국가다. 게다가 불평등 지수와 주당 노동시간이 제일 높고 빈부격차, 사교육비 지출, 술 소비량 또한 1위다. 더군다나 양극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간극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참으로 무감각하다. 이렇게 무뎌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무감각한 상태를 ‘브레인 포그(Brain fog │ 머리에 안개가 낀)’ 상태라고 한다. ‘브레인 포그’를 겪는 것은 목까지 차오르는 물속을 걷는 것과 같다고 한다. ‘번아웃(Burnout │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에 시달리면서 만성 스트레스를 겪으면 투쟁과 도피 반응이 계속 켜져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Adrenalin)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기 때문이다.

일상사 늘 버거워 흔들거리며 살면서도 허물어진 공동체 복원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하다. ‘우리 함께’라는 연대 의식이 ‘나만 홀로’라는 개인의식으로 변해버린 이 야속하고 무정한 세상에서 나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내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같은 관심과 공감을 보이는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 내부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자살 관련 정보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듯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자살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선진국은 사회의 각 부문이 상호 협력해야만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통계로 분명히 보여준다. 자살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중병 중의 중병이다. 일본과 핀란드에서 이미 성과를 낸 것처럼 정부가 나서서 생명의 존엄성을 키우는 준엄한 책임감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총력전에 펼쳐야 한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진 데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경제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자살 사망자의 가족 등 진술을 토대로 실시한 ‘2015∼2023년 자살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97%는 자살 전 위험신호를 보이는데도 이를 주변에서 감지하는 비율은 24%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친구, 동료 등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통계다. 그뿐만 아니라 자살은 유가족에게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 관계(62.9%), 신체 건강(56.5%), 가족 관계(52.2%) 등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56.3%는 자살을 떠올리는 ‘자살 사고’를 경험한바 있고, 심한 우울(20.0%), 심각한 불면증(33.1%) 등 다른 정신건강 관련 문제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안타까운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나 사회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뒤돌아 보고 뼈를 깎는 심경의 자성과 깊은 성찰은 물론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냉엄한 세파에 상처받은 가슴들이 결단코 외롭지 않고 소외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품고 보듬어야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신년사] 김대중 전남교육감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백년 시작"
  • 고흥군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성황 폐막
  • 화순군, 이호범 부군수 취임…“유가족 지원 최우선 할 것”
  • 동대문구의회 노연우 의원,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수상
  • [신년사] 전경애 미추홀구의회 의장 "구민 의견과 협력하며 내일 향해 나아갈 것"
  • 강서구의회, 2025년 시무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