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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2개월 만에 금리 피벗, 가계부채·집값 안정에 총력 경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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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2개월 만에 금리 피벗, 가계부채·집값 안정에 총력 경주해야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4.10.18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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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코로나19로 유발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작된 긴축 기조에서 3년 2개월 만의 금리 ‘피벗(Pivot │ 통화정책 기조전환)’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했던 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물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위축된 경기 부양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고, 싼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이들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아 정책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25%로 내린 이유는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 하락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해 긴축 속도를 소폭 축소하고 영향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금리를 0.75% 올린 후 2023년 1월 3.5%까지 줄곧 인상 기조를 유지하며 치솟는 집값과 가계부채 누적 등을 이유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와중에도 올해 8월까지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간 서민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각파고(三角波高)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역대 최장기간의 고금리에 2분기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칠 정도로 내수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서민 가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금리 인하 결단을 더 미루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 8월에 2.4%로 하향 조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 달성 여부도 미국 대선 결과, 미국 경기 소프트랜딩(연착륙), 중국의 부양정책 효과, 정보기술(IT) 경기사이클 등의 요인을 들어 불확실해졌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주요국들도 지난 6월부터 캐나다·영국 등이 금리를 낮추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도 지난 9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0%에서 0.5%포인트 낮춰 4.75%~5.00%로 ‘빅컷(Big cut │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전격 단행하면서 2년여 동안 계속한 금융 긴축을 마감했지만, 한국은행은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내수 진작을 위해선 금리 인하가 의당 필요하지만,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때문에 선 뜻 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주저해오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 빚 증가와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마침내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2% 감소하는 등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소비·투자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는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내수를 짓누르던 고금리 기조가 끝나면서 꽉 막혔던 민간 소비와 투자에 숨통이 트이고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0월 11일 발표한 ‘2010년 이후 경제지표를 회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대출 금리는 누적 0.14%포인트, 기업 대출 금리는 누적 0.19%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금리 하락 폭에 금융권의 대출 잔액을 곱해서 산출한 이자 상환 부담 감소액에 대해 가계와 기업 부문 각각 2조 5,000억 원, 3조 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한국경제인협회는 “가구당 이자 상환 부담액이 평균 약 21만 원 감소할 것”이라며 “고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계가 소비에 쓸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2분기에 전기 대비 0.2% 감소할 정도로 침체된 민간 소비를 되살리기에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 금리 인하로 전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다중 채무자, 취약 차주 등은 숨통이 트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물가로 지출은 늘었는데 소득은 별로 늘지 않아 올해 2분기 적자 가구 비율은 23.9%로 1년 전 23%에 비해 0.9%포인트 늘었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 가까이가 ‘적자 살림’인 셈이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니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 증가율은 전 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9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취약층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침체된 서민 경제를 부양해 경기를 확실히 살리려면 기준금리를 내년 말까지 2.5∼2.75% 수준으로 더 낮춰야 한다는 게 금융시장의 판단이다.

문제는 여전히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가계부채 뇌관과 집값 상승 부담이다. 금리 인하는 가계 빚 증가라는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말(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 7,000억 원 늘어난 1,135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증가 폭은 8월 대비 38.7% 줄었지만 추세 전환을 장담할 수는 없다. 얼마 전 한국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국제결제은행(BIS) 경고도 있었다. 금리 인하를 바랐던 정부는 안도할 때가 아니라 비장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를 다져야 한다. 피벗(Pivot)은 단행했지만, 통화 긴축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약간 완화됐을 뿐임을 각별 명심해야만 한다.

금리 인하가 당초 목적대로 내수를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집값 상승을 막는 데 시행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집값이 상승하면 대출 수요가 늘고, 결국 원리금 상환 부담에 소비 여력은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은 주춤해지면서도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첫째 주(10월 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0% 오르며 29주 연속 상승하는 등 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집값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라면서도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3.2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연내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피벗(Pivot)의 성패 여부는 향후 정책 당국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내수 회복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출 규제와 주택 공급, 금리 인하 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해 내수 견인 효과를 극대화함은 물론 동시에 가계부채 불안을 잠재우고 부동산 연착륙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 조합을 마련해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가이드라인을 더욱 촘촘하게 챙겨야 함은 물론 더욱 꼼꼼한 대출 관리와 지속적인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시장에 계속해서 안정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목전에 봉착한 리스크를 촘촘히 관리하면서 경기를 조속히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거시·금융정책 당국 최고책임자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4’ 긴밀한 정책 공조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정책자금 집행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서도 결코 안 된다. 글로벌 피벗(Pivot)과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점인 만큼 물가와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치밀하고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경영학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고 했다. 거시·금융정책 ‘F4’는 정교한 정책 조합을 통해 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수단과 대책을 즉각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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