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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내몰린 ‘취약 자영업’ 구출에 국가역량 총력 집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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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내몰린 ‘취약 자영업’ 구출에 국가역량 총력 집주를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4.10.04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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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서민 생계의 ‘마지막 보루’인 자영업을 살려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이자 ‘경제 실핏줄’인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풍전등화(風前燈火)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자영업자들을 위해 ‘빚의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 줘야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 그리고 고금리·고물가 속에 빚 부담이 늘고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마지막 ‘급전 창구’인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 등 카드대출이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6650억원으로 불어나며,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도 3.1%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대출의 연체 지표는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바로미터(Barometer)’로 꼽힌다는 점에서 서민의 급전 통로인 카드대출은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송두리째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이렇듯 자영업자의 울부짖음을 나타내는 방증(傍證)은 작금의 경제지표가 웅변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자영업자 10명이 창업하는 동안 8명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114만7000여 곳이 문을 여는 동안 91만 곳(79.4%)이 문을 닫았다. 86.9%를 기록했던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0.15%로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역대 최대인 98만6487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폐업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자 수도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해 오다 지난 8월 겨우 2만4000명이 늘어났다.

통계청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자영업자 수는 574만5000명으로 지난해 8월 578만3000명보다 1년 새 3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대표적 자영업인 소매·음식업 폐업률은 4년 만에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고물가와 저성장·내수 침체 등 3중고(三重苦)가 겹치면서 자영업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라는 분석이다. 특히 음식업의 경우 새로 문을 연 점포 수만큼 폐업한 점포 수도 늘었다. 음식점은 지난해 15만9000곳이 문을 여는 동안 96.2%인 15만3000곳이 문을 닫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영업자 4명 가운데 3명꼴로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나 최저생계비(4인 기준 약 183만원)에도 못 미치는 상태로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4368건 가운데 무려 75.1%인 860만9018건이 월 소득 100만원(연 1200만원) 미만이었다. 이 중 소득이 전혀 없다는 ‘소득 0원’ 신고분도 8.2%인 94만4250건으로, 무려 100만 건에 육박하는 규모로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정규직 임금근로자로 취업하기 힘든 탓에 대안이 없어 창업을 택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형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및 배달료 등으로 숙박·음식업 등에서 소득을 올리기 힘든 어려움마저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자영업자 수는 574만5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880만1000명 19.95% 수준으로, 미국(2022년 6.6%), 일본(9.6%), 캐나다(7.2%), 독일(8.7%) 등 선진국 수준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2∼4배에 이른다. 이렇듯 심각한 공급과잉이 빚어지다 보니 창업기업의 생존율도 한국은 5년 후 생존율이 31.2%로 미국(50.6%), 일본(81.7%)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혁신을 바탕으로 한 기회형 창업이 21%로 가장 낮고, 생계형 창업 비중이 63%로 가장 높다. 덴마크의 경우 기회형 창업과 생계형 창업 비중이 76%와 10%였지만, 우리나라의 기회형 창업 비중은 OECD 국가에서 최하위(21%)의 불명예를 얻을 만큼 경쟁력도 낮다. 그런데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부터 퇴직한 베이비부머(Baby boom) 세대(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05만명의 1차 베이비부머와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954만명의 2차 베이비부머)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치킨집·맥줏집·분식집과 같은 소규모 자영업에 앞다퉈 뛰어드는 현실이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 급증하다 보니 자영업의 재무 상황은 날로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자영업자 개인을 넘어 금융권·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2분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액은 1조453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1119억원과 비교해 3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만기 연장을 거듭했던 개인사업자 대출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의 위기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며 지난해 ‘노란 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건수는 전년 대비 20.7% 증가한 11만15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로 이렇듯 건수가 증가하며 공제금 지급액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1조2600억원에 달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소상공인 대신 갚은 은행 빚이 1조4050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9% 증가한 규모다. 대위변제액도 2021년 4303억원에서 2022년 5076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1조7126억원으로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은행권에는 자영업자 발(發) 부실채권이 쌓이는 중이다. 지난 8월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0.53%로 전 분기 말 0.50%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기 0.41% 대비로는 0.12%포인트 올랐다. 길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가 이런 상황을 불러온 주된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만 한다. 정부도 지난 7월 3일 희망리턴패키지 확대 개편 등 내용을 포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소상공인 경영 부담완화를 위해 전기료·배달료·임대료·인건비· 관리비 등 ‘5대 고정비용 부담완화’를 지원하고, 소상공인 ‘금융 지원 3종 세트’도 마련했다. 정책자금 상환연장 대상 기준(업력 3년 이상 │ 대출잔액 3000만원 이상)을 폐지하고 금리부담도 낮춰준다. 지역신보 보증부 대출 이용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기간은 최대 5년 연장한다. 이를 위해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을 신설했다. 하지만 효과는 별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긴축 재정 기조 탓에 총 지원 규모 25조원 중 재정 지원은 약 1조원에 그쳤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자영업 등 소상공인의 전기요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제4차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의 신청·접수를 지난달 2일부터 받고 있다. 연 매출 기준을 간이과세 기준인 1억400만원 이하로 확대했으나 현재 최대 20만원까지의 지원 금액과 대상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물론 전기료·배달비 같은 고정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이 무엇보다 화급하다. 예컨대 과도한 규제 철폐, 임대료·공과금·인건비 등 매장 운영비가 보전되도록 하는 실효적인 보상 방안,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 주는 등의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조처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서둘러 검토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화급한 당면과제인 내수 회복을 위해선 우선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 인하가 이어져야만 한다. 우선 물가가 잡히면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금리 인하로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면 소비 여력이 증대하는 ‘선순환’을 불러와 어느 정도 내수 호전을 촉진할 수 있어서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영업계 곤경을 타개해줄 비책(祕策) 마련이 당장 시급한 급선무다. 무너지는 자영업 생태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결국 국가 경제 또한 걷잡을 수 없는 피폐로 치닫게 된다는 위기감을 준엄하고 엄중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지금은 치솟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의 부담도 크겠지만 이를 핑계 대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강력한 구조개혁을 결행하는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와 결기(決起)를 보여줘야만 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취약 자영업’ 구출에 국가역량을 총력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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