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층(25~34세) 인구가 42만2000명을 돌파해 1년 새 8만6000명(25.6%)이나 급증해 청년 실업이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청년층이 늘어난 배경에는 원하거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는 구조적 요인과 고용 상황 자체가 나빠진 경기 요인이 모두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육아 등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노동력 손실을 의미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월 2일 발표한 이슈 노트‘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층은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에서 올해 3분기 42만2000명으로 25.6%나 급격히 늘었다. 2022년 32만7000명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특히 큰 폭으로 늘었다. 이들 가운데 ‘비자발적 쉬었음’이 71.8%에 달했다. 이들이 근무했던 곳은 주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 도소매·숙박음식업,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 등이었다. 보고서 집필진(한은 고용분석팀 이수민 과장·오삼일 팀장 참여)에 따르면 최근 들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쉬었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4.5%(235만 명)였는데, 올해 9월에는 15.7%까지 1.2%포인트나 올라갔다. 분석 대상 기간(2012년 1월~올해 9월) 중 가장 높았다.
특히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쉬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경험한 후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쉬는 청년층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이처럼 자발적으로 일을 쉰 청년층의 증가는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 이탈하거나 일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인 ‘니트족(NEET族)’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청년 니트족의 증가는 곧바로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청년층의 능력과 잠재력이 사장되고, 노동 인력 활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작금의 상황에서 한창 활기차게 일할 청년들이 구직 의욕마저 잃게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치명상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청년 실업과 흔들리는 수출, 얼어붙는 내수, 둔화하는 경기가 악순환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과 금융권은 경력직 선호로 인해 정기 공채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고,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폐업률만 계속 높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2일 충남 공주에서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열었으나 내수 침체 극복의 기미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초대형 복합위기)’이 몰아닥치며 수출에도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는 것은 물론 현 정부가 임기 후반기 국정 과제로 들고나온 양극화 타개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내수 침체를 방치(放置)하고는 고용을 되살리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한 특단(特段)의 종합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역대급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고용시장 유입은 부진하다는 판단에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해 재학·재직·구직 단계별 총 1조 원의 지원책을 발표했으나 임기응변식 미봉책(彌縫策)으로는 일자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지 못하면 청년들이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를 갖기는 더더욱 어렵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의 층위(層位)가 명확하게 나뉘어 시장 내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과감히 개편하고, 탄력 근무제 등 노동 개혁과 연계해야만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이들 그냥 ‘쉬었음’ 청년들을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며 책임마저 방기(放棄)하는 경우 향후 노동 공급 악화의 근원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시대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경제지표를 넘어, 청년들의 삶의 질 저하, 사회 불안정 심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대기업 취업 여건을 개선하려면 기업들이 국내에서 더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전체 취업자 중 90%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중소기업들의 근로 여건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기업의 족쇄를 풀어 투자 의욕을 고취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이다.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2% 선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청년 일자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을 다변화되고 있는 산업수요에 맞게 개혁하는 한편 고용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경직된 임금체계와 근로 시간을 유연화하는 등 노동 개혁을 일관되게 그리고 속도감 있게 강력히 추진해야만 한다.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정부는 현시점에서 비상 경제체제를 가동해 내수를 살리고 수출을 확대해야만 청년들이 바라고 원하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음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청년층도 역시 불만을 표출하기보다는 개인의 역량 부족, 직업의식 결여에 따른 준비 소홀에 대한 대오각성과 함께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각고의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