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 신모(58)씨의 여죄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나 신씨는 추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29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추정) 증평군의 한 마을에서 A(80) 할머니를 성추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신씨를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신씨가 2010년 10월께 같은 마을에 사는 70대 할머니를 성폭행하고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하려 한 미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연관성을 캐고 있다.
신씨는 29일 오전 9시 40분부터 40여분간 진행된 경찰의 현장검증에서 청각장애인의 범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할머니를 살해하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거나 방에서 나와 발자국을 감추기 위해 빗자루로 마룻바닥의 흙을 쓸어내리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할머니 집에서 훔친 농산물을 침입한 반대방향의 담 뒤에 던져놓고 달아난 상황은 범행을 들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찰이 국과수에 의뢰했던 6년전 사건 현장 DNA와 신씨의 유전자 분석에서는 Y염색체(부계혈족)가 일치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으로 신씨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씨는 2살 터울의 형과 동생 2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혈족 가운데 누군가가 범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씨 형제의 범행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은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씨의 자백이나 또 다른 결정적 증거를 확보해야 그의 여죄를 입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조사에서 신씨는 6년 전 할머니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시 피해자가 불을 끄고 잠든 사이 범행이 이뤄져 피해자조차 범인의 인상착의를 전혀 알지 못한다. 신씨와 피해자는 인근 마을에서 함께 일하며 알고지낸 사이여서 대질조사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청각장애 2급인 신씨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한글을 모른다.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고 수화를 이해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아 경찰이 여죄 수사에 진땀을 빼고 있다.
경찰은 신씨를 구속한 뒤 프로파일러와 거짓말 탐지 조사관을 조사에 투입했으나 소득을 얻지 못했다.
신씨는 계속해서 조사관의 눈치를 살피고, 두리번거리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의사소통을 방해해 조사 부적격 대상으로 판정됐다.
경찰은 두 사건이 범행 수법에 차이가 있지만 같은 마을에서 발생했고 연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 점, 수법이 대범하고 범행 후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점 등으로 미뤄 신씨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는 인지력이 부족한 장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능적인 생각과 답변을 하고 있다”며 “경찰의 심문에 먼 산을 바라보거나 살해 동기를 묻는 결정적인 질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순간을 모면하고 다른 범죄는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