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방한 5일째 일정을 이어갔다. 이날의 첫 번째 공식일정인 2016 국제로터리 세계대회에서 그는 연단 아래 참석자들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10분간의 짧은 기조연설만 하고 곧바로 행사장을 떠났다.
제주포럼 참석차 제주를 방문했을 때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과 바로 전날 김종필 전 총리와 정치 원로들과 만나는 등 정치적 의미가 큰 행보를 보인 것과는 크게 달랐다.
일절 정치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을뿐 아니라 다른 참석자들과도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떠났다. 잇단 정치행보에 대해 과도한 주목을 받자 수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10시53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로터리대회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 뒤편에서 등장한 그는 손을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입장, 곧바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이름을 시작으로 로터리클럽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호명한 그는 10여분간의 기조연설에서 로터리클럽과 유엔의 파트너십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 사무총장은 이어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영어와 한국어로 한번씩 한 다음 소아마비 퇴치 운동의 역사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나머지 기조연설을 할애했다.
그는 “유엔은 자부심을 갖고 로터리클럽의 파트너로서 이 끔찍한 질병(소아마비)을 퇴치하고자 한다”며 “소아마비와의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각국 정부를 설득해 우리가 소아마비를 몰아낼 때까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소아마비의) 마지막 케이스가 없어질 때까지 노력을 두 배로 더 기울여야 한다”며 “계속 노력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거듭 협조를 당부했다.
반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대면 접촉을 자제했다. 이어 그는 곧바로 무대 뒤편으로 퇴장했다. 이는 국제로터리 행사에 초청돼 기조연설을 한 만큼 정치적인 행보로 비칠 것을 우려한 동선으로 풀이된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헬기를 타고 곧바로 안동 하회마을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1시께 하회마을에 도착한 반 총장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보물 제414호) 앞마당에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식수한 곳 바로 옆에 기념식수를 했다.
이어 김관용 경북도지사, 오준 주유엔대사, 새누리당 김광림(경북 안동)의원 등과 함께 오찬을 갖고 오후 3시30분께 하회마을을 떠나 오후 6시30분께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